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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진 단편연재소설] 나비의 새벽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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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서유진 작성일19-09-1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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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서유진바다에는 진주가 있고, 하늘에는 별이 있다. 그러나 내 마음, 내 마음, 내 마음에는 사랑이 있다.―H.W. 롱펠로우
 

  그때 주방에서 설거지하고 나온 진이가 남자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서 있었다. 숙맥끼리 붙여주어 매상을 좀 올려야겠다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것이 진이에게 실연의 고통을 안겨줄 줄 유라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진이야, 저 손님 말벗 좀 해드려."

  진이가 빨갛게 물든 얼굴로 남자에게로 다가섰다.

  "넌 홀에 나오지 말라고 했잖아" 혜경이 진이에게 준엄한 표정을 짓고는 유라를 나무랐다. "넌 왜 자꾸 애를 오염시키니?"

  바늘로 콕 찌르는 것 같았다. 유라는 샐쭉해져서 이 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진이가 깨끗한 쥐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보육원 출신의 진이는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카페로 왔다. 우울했고 늘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이는 내성적이고 염세적이었으며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좀처럼 말을 하지 않는 애가 어떻게 카페에 흘러들었는지 유라는 의아해했다.

  꼭 한 번 자신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는데, 엄마가 자살한 후 보육원에 버려졌고 아빠는 누구인지 모른다고 했다. 혜경은 진이를 룸에 들여보내지 않았고, 컵을 씻게 하거나 청소를 시키며 시간급을 주었다. 유라 역시 그렇게 대학을 마쳤다. 혜경은 진이를 안타깝게 여겨 빨리 이곳을 떠나라고 했다.
 
그날 이후 남자는 하루걸러 카페를 드나들었다. 메모지를 내밀며 희망 음악을 틀어달라고 하고, 맥주 한 병을 마시곤 조용히 카페를 나가곤 했다. 그럴 즈음 진이가 늘 옆에 붙어 앉아 있었다.

  남자를 후줄근한 사내라고 하면서도 카페 여자 중 세 명이 그와 미팅한 사실을 알고 유라는 화가 치밀었다. 그 남자의 어디에 매력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남자가 얄미워지는 것이다.
 
남자와 미팅을 한 첫 번째 여자는 헤르메스 가방을 사달라고 했다. 그 요구는 남자의 경제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줘서 한 번의 미팅으로 끝났다. 두 번째 여자는 매일 들고 다니는 큰 가방을 열어보려고 했는데 남자가 새파래졌다. 가방에 무엇이 들었기에, 하고 여자는 입을 삐죽거렸다. 세 번째 여자가 진이였다.
 
  처음에는 잘 되는 것 같았다. 둘이서 소곤소곤 얘기를 나누고 키들거리더니 어느 날 진이가 숙소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 이후 진이는 마음에 빗장을 걸어 잠갔다. 남자가 얼마나 단호하게 끝장을 냈는지 모르지만, 그날부터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쥐어뜯은 머리카락이 한 움큼이었다.

  유라는 진이처럼 사랑 따위에 인생을 허비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바보처럼 짝사랑이나 하며, 실연의 고통을 당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실연은 한 번으로 충분했다. 그것에 대해 까발리고 싶지도 않았다. 클림트의 키스하는 남자의 얼굴을 보려고 애쓰지 말라고 자신에게 늘 주지시켰다. 사람이란 존재는 안다고 생각할수록 점점 모르게 되지만, 돈은 제 실체를 정직하게 드러냈다. 그래서 돈에 인생을 걸었다. 그런 신념으로 악착스레 돈을 모았다. 이제 이 바닥에서 성공한 축에 들었고, 자립할 날도 멀지 않았다.  <계속>
소설가 서유진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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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